우리 집에서 지하철 역 가는 길엔 어떤 조합으로든 횡단보도 세 번은 무조건 건너야 한다.
게다가 세 번째 파란불이 켜지기 전까지 억수로 부는 바람을 맞아야하므로 내가 마의 구간이라 부르고 있음.
요즘 날씨 많이 따뜻해 졌는데, 특히 부산은 더욱(!!!), 마의 구간은 여전히 춥고 메말랐다..
하지만 이 구간만 벗어나면 길 양 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벚꽃 축제 갈 필요도 없겠다.
봄에 걷기는 땅의 기운을 받는 일 같다.
벚꽃이 느무 예뻐서 한참 바라 보다가 꽃을 사기로 결심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 첫 번째 횡단보도를 건너면 홈 플러스 플러스 연아야 화이팅~
(연아 또 1등 했어... two thumbs up.)
지난 번 백화점에서 꽃 샀다가 가계 경제의 출혈이 상당했는데 대형 마트는 그나마 괜찮았다.
신문지 깔고 준비 시작!
그동안 모아뒀던 유리병도 다 끄집어 냄.
꽃이 와 이리 많노.
나 감당 안 됨 @.@
이제 나의 꽃꽂이 개봉...
박두!
꽃이 예쁘니까 암시롱 꼽아도 괜찬현디?
꽃집 아주머니 인심이 굉장히 후해서 결국 빈 디퓨저 병과 향초 담았던 유리잔도 출동시킴.
삐죽빼죽 요상하지만 거실 중앙에 안착.
새로 산 장식장 위에도 올려 놓고.
떨어져버린 꽃송이를 버릴 수가 엄서성.
화장실 1.
아.. 저기 내 팔 걸려서 나왔네.
화장실 2.
사진 찍기 힘들구로.
침대 옆에도.
식탁 옆에도.
제목: 뉴욕과 파리에도 봄이 왔어요.
내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꽃 사진 보고 이에 질세라 진이가 꽃 사진 테러함.
너무 이쁘다 +.+
꽃을 사는 일은 기분이 참 좋아지는 일이다.
꽃집에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갖가지 꽃 내음.
커다란 냉장고 앞에 서서 듣는, 꽃이랑 살아선지 대부분은 상냥한, 꽃집 여자의 조곤조곤한 말소리.
꽃을 사들고 집으로 가는 길 행인들이 내 꽃에 보내는 시선.
하지만 사온 꽃은 며칠 뒤엔 버려질 수 밖에 없다.
예쁜 꽃을 사진으로 찍어 선물하는 것도 추천할만한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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