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참석했던, 아니 신청은 이미 한 달도 더 전에 했던 작가 황석영의 강연회.
수강하고 있는 신세* 아카데미 수필 수업 역시 평균 연령대가 꽤 높은데 이번 강연회도 그랬다.
난 거의 핏덩이 수준.
어머님은 내가 수필 듣는달 때부터 수업에 비슷한 나이대는 드물겠다 생각하셨다고 한다.
내 취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됨..
아무튼 이런거 저런거 신경 안쓰고 난 일찍 가서 앞자리를 선점했다.
두둥!
대학교 때도 소설가, 영화감독 등등 강연회에 안 가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은 강연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괜히 조금 떨렸네?
끝에 사인회가 있다고 해서 <개밥바라기 별>과, <여울물 소리>를 사러 5층 교보문고에 들렀다.
<개밥바라기 별>은 -동생도 나도 도서관서 빌려 봤으므로- 특별히 동생을 위해 새로 삼.
<여울물 소리>는 재고는 있다고 나오는데 서가에 하나도 없어서 포기했다.
이벤트 홀로 들어오면서 보니 입구에 쌓아놓고 팔더라.
'참 이런 순간까지 상술이군' 했는데 생각해보니 작가도 신작 홍보를 위해 강연회를 갖는게 아닐까.
황석영 작가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집필한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위주로 강연회를 이끌어 나갔다.
글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글쓰는 작업은 어떠한지부터 가볍게 시작된 강연은
글을 쓴다는 것은 이야기를 하는 것, 즉, 소설가는 이야기 꾼이라는 중심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황석영 님이 작가의 꿈을 꾸게된 것은 아홉살 무렵 전국 글짓기 대회 최고상을 타면서 부터였다고 한다.
그 당시 작문의 제목은 <집에 돌아온 날>.
전쟁 통에서 가족과 함께 집에 돌아왔으나 이미 없어지고만 집이 글의 출발이었다.
창조의 모티프가 소멸이었다니 재미있다.
어찌되었건 본인의 50년 글쓰기 인생을 돌아보며 이야기꾼의 흔적 찾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신작의 주인공도 이야기꾼이다.
<여울물 소리> 구매에는 실패했으니 이번에도 도서관에서 빌려봐야겠다.
강연 중 새로이 알게된 사실 하나는 소설가가 세금 계산시엔 제조업자로 분류된다는 것이다.
감가상각도 불가능하고 그들의 정신적 고뇌도 계산 받지 못한다니 이거 좀 씁쓸하구만..
사인 경쟁은 예상 외로 치열하지 않았다.
덕분에 흔쾌히 사진도 찍혀주셨고 사인 받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도 붙여주셨다.
솔직히 듣는 당시엔 기대만큼 흥미로운 강연은 아니었지만 사인 받으며 그의 소탈함에 매료되..었다고나 할까?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은 소망을 마음 속 깊숙히 간직한 사람으로서
문학 작품에는 시대 정신을 담아야 한다 --> 난 그 부분에 있어 굉장히 모자람 -->
따라서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해야겠다 는 생각을 다시 한번 통감한 날이었다.
"어떤 이야기가 살아 남는가? 시대 정신을 담은 이야기가 살아 남습니다.
읽는 사람이 내 이야기 같은 이야기. 그것이 바로 '공감'을 뜻합니다."
책 안 읽는 동생이 <개밥바라기 별>은 재미있게 읽었다며 사인을 부탁하자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이라고 답하심.
그러고보니 뜨거운 청춘들의 필독서였구나.
동생 제대 날짜는 언제인지 부대 위치는 어디인지도 물어보셨다.
결국 서울로 가시는 길에 잊힐 얘기지만 마음 따뜻해짐.. 하아.
나도 다이어리에 살포시 받아 본 사인.
<개밥바라기 별> 사러 갔다가 덤으로 사온 책.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다섯 권이고 읽지도 않으면서 책 욕심만 많다.
그렇지만 난 <이방인> 덕후 팬이니까.
Mais selon lui, sa vraie maladie c'était la vieillesse, et la vieillesse ne se guérit pas.
내가 <이방인>에서 좋아하는 구절.
뭔가 <은교> 돋네.. 아 그건 박범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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