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 도착하고 나니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대신 보통의 시부야만큼 사람은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시부야의 유명 쇼핑 센터들 중 비교적 최근에 생긴 히카리에에 잠시 들렀다가
약간 올드스쿨이지만 타워 레코드로 가는 길.
아마존에서도 구매하기 골치 아팠던 음반들을 뒤지러 갔다.
결국 세 장을 샀는데 나중에 보니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팔고 있더라.
한국에서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 자체를 안 해본게 문제데쓰.
일본에서 뭐 사고서 찾아보면 대부분 한국에도 있더란...
우리나라 좋은나라.
이제 무조건 반사로 뉴욕이 떠오르는 '엑셀시어' 카페에서 잠시 목을 축였다.
괜히 일본 오니까 커피 말고 차를 마시게 됨.
파르코 지하 서점에서 책도 두 권 구입.
가장 피곤했던 첫째 날인데 그릇을 비롯 자꾸 무거운 물건들만 사게 됐다.
사실 하라주쿠까지 갈 계획이었지만 시간도 늦고 비도 내리고 짐도 무거워서 칼 같이 귀가.
매번 여행마다 우리의 정해진 코스; 호텔 돌아가기 전 편의점에서 물 사기 (일본 물 맛 없다).
오빠가 편의점에 있는 동안 앞에 옛날식 건물이 있어서 찍어 보았다.
일본은 건물이 오래되어도 참 단정한 모습이다.
저녁은 (도쿄에 사시는 남편의 친한 형) 도수 상과 함께 먹기로 했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둘은 해가 저물도록 여태 먹은게 기내식 뿐.
도수 상 맛있는 집으로 잘 찾아 주세오네가이시마쓰.
호텔 근처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들어간 집은 휴대폰 사용마저 금지인 포스 넘치는 식당.
난 니홍고 하나시마셍이니까 잠자코 앉아서 시켜주시는 것들만 하나 둘 맛 보는데..다 맛있다!
식당 가운데서 꼬치를 굽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무척 간단하게 만든 음식같아 보였지만 양념 방식이 한국과 달라서인지 특별한 맛이었다.
짭조름했던 은행.
은행 먹을 땐 꼭 '은행 털러가자'는 농담을 해줘야 더 맛있음.
읭?
드디어 꼬치가 나왔다!
이건 계란 노른자에 찍어 먹는 꼬치.
가까운 나라지만 이렇게나 음식 문화가 다르다는 사실이 새롭다.
갑자기 종업원이 술잔이 가득 든 바구니를 가져와 본인이 쓸 잔을 각자 고르라고 했다.
술 맛에 자신이 있는 식당에서만 잔을 고르게 한다고 한다.
일본의 오방자이?
이건 외계인 같아 보이지만 버섯을 버터로 볶아서 후추로 간을 한 음식.
완전 내 입맛.
조만간에 집에서 시도해 볼테다.
성게알은 못 먹지만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참치는 맛있게 먹었으요. 이이데쓰요.
비는 내리고 밤은 깊어가고 피로는 뼈에 사무쳤지만 술을 몇 잔 마시니 힘이 조금씩 솟아났다.
2차는 이곳.
히라가나만 간신히 읽는 처지라서 식당 이름을 알아 볼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일본은 아직 실내 흡연이 가능해선지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타임머신을 타고 가까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먹고도 츠케면에 한 번 더 도전.
괜히 피곤한게 아니라 배가 고파서였던 듯.
두 사람을 보니 친구를 만나 옛 일을 회상하는 시간은 인생에 꼭 필요한 순간인 것만 같았다.
어느새 둘 다 유부남.
다음에도 또 뵐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수상.
난 일본에서 햄버거만 먹었는데.....☞☜(하지만 일본은 햄버거가 진짜 맛있어....진리야....)
ReplyDelete우리도 우리끼리 회상할 거리들 많이 만들자~ 데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