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레벨 2의 모든 수업이 다 끝났다.
원래는 금요일도 학교 가는 날인데 수업이 없으니 밖에서 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Isaline이라는 벨기에 언니는 용감하게 이곳 저곳 그냥 걸어서 다니는데
역시 신기한 곳을 많이 알고있다.
어찌되었건 여기서 놀 동네는 소나 꼴로니알이다.
가방 열기만 해도 와서 털어갈 줄로만 알았는데
가방에서 카메라 꺼내서 찍어도 달려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쫄아서 한 장씩만 잽싸게 찍고 카메라는 다시 가방 행.
카메라 넣었다 뺐다 진짜 많이 했다. 이게 더 위험한지도 모르겠다.
남편이 요즘 너무 바빠서 처음으로 혼자 택시를 타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택시는 이런 상태였지만 이 상태만 돼도 여기서 굴러다니는 자동차 중 최악은 아니다.
타자마자 나도 모르게 사지의 근육에 힘이 빡 들어갔지만
별탈 없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라고 다 살인자, 도둑놈은 아니니까.
L'une 이라는 Bar. (내가 그녀의 발음을 제대로 알아들은 것이 맞다면)
Alcazar de Colon 근처 언덕 위에 있는 호스텔 옥상에 있는 공간인데
소나 꼴로니알 비둘기떼에 습격 당할까봐 정신없이 뒤따라 걸었던 바람에
호스텔 이름도 제대로 못 봤다.
어쩌면 Une이거나 Lune일 지도 몰라..
젊은 프랑스 여자가 운영하는 호스텔 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아직 바텐더가 출근하지 않아서 Bar가 아니라 그저 옥상.
묵지도 않는 호스텔 옥상에 올라가서 사진찍고 논 셈이다.
옥상에는 스페인에서 놀러온 할배 두 분이 계셨는데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한 할배가
'거.. 2004년에 월드컵에서 너네 나라가 스페인을 이겼어-!!'라며 입을 실룩실룩.
옆에 할배는 '쟤 너무 어려서 기억 안날걸?라고 하셔서,
'2004년 월드컵은 없어용, 2002년예요. 그리고 그 때 한국이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까지 다 이겼어요.' 라며 해맑은 얼굴로 답해줬다.
'췟 그거 니네 나라에서 해서 좀 유리했던 거 아냐?'라길래
'어 맞아요, 좀 아니고 많이.'랬더니
또 '췟 너 이번 토요일에 유에파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이탈리아랑 붙는데 누가 이길 것 같아?'
'노노 토요일 아니고 일요일이에염. 오홍홍홍 스페인이 이길거예요.'
'호올 니가 이탈리아편이었음 나 화났을거야.'하며 함께 훈훈한 대화를 나누었다.
옥상에서 도시를 내려다 보며 맥주 한 잔 했으면 매우 시원했겠지만
벨기에 언니와 난 다른 친구들이 이 곳을 찾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이만 자리를 떴다.
한글이 씌인 트럭이었으면 더 대박이었을텐데.
다른 친구들은 다 올 것 처럼 하더니 내빼고 결국 벨기에 언니와 나와 콩고 언니만 의기투합.
타코 맛있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타코 트럭 영업 개시를 기다리며
옆에 꼴마도에서 맥주를 사다 마셨다.
아이티 여자애가 광주리에 이고 다니며 파는 바나나 과자도 샀다.
애가 눈동자에 기운은 있는데 영혼이 없는 느낌이었다.
고작 10페소였는데 25페소 동전을 주니 굳이 15페소를 남겨주는 모습을 보고 흠칫.
애들이 장사하는 모습이 제일 안타깝다.
벨기에 언니는 애들이 파는 걸 사준 자신의 행동도 나쁜건데..
했지만 우리는 곧 우걱우걱 과자를 맛있게 먹었다.
우연히 만난 Isaline의 친구 Josu.
도미니카노인데 불어, 이태리어, 스와힐리어도한다.
그래서 오랜만에 불어 듣기 평가 좀 했다.
광장에 가면 재밌는게 많을 거라고 해서 내려가 보았더니
빗속의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금요일에는 맛배기 공연이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더 재밌단다.
난 맛배기도 충분히 재밌었다.
아저씨가 조용하고 느리고 쉬운 노래를 불러줘서 스페인어 가사가 들렸다.
역시 외국어는 취했을 때 실력 향상.
신나서 춤추는 도미니카노.
난 좀 이상한데 언니가 잘 나와서 올린다.
파란눈이 예쁘다.
아, 근데 올린다고 말 안했는데 일단 올리고 본다.
콩고언니 크리스틴.
미셸 오바마st.
다들 웃긴 사진 찍는데 크리스틴만 메이블린 뉴욕 광고.
애들이 이게 아티스틱 하다고 했다.
한국에선 한물 간 유행인데 늬네가 좋다고 하니 찍어보았어.
혼자 택시도 타보고 콧바람 좀 쐬니 아오 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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