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October 25, 2012

파리 첫째 날







몇 년 전 오빠는 스페인에 한 달 넘게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리고 각종 차별을 당하고 돌아온 후로 유럽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예를 들어가며 프랑스는 다르다고 설득,
수 번의 프랑스 영화 관람으로 부분적인 세뇌를 시킨 후
그에게 프랑스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심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로 출발!


내가 처음으로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에는 Roissy 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했었다.
혼자여서 그랬는지 그 때 그 여정이 너무도 길고 지루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RER을 선택.
CDG에서 Gare du Nord까지 몇 역 안 거치고 30분 이내에 도착했던 것 같은데
공항 SNCF 사무소에서 교통권(Paris Visite)을 구매 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아직도 프랑스에서는 동양인이 불어를 하면 신기해하며 급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어쨌든 줄이 길어서 표 사는데 좀 짜증이 날랑말랑. 


Gare du Nord에서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도착했다.
택시 아저씨 역시 불어를 듣더니 매우 반가워하며 솰라솰라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역시 프랑스 사람들은 남 비판하는 데는 1등.
그런데 그것도 오랜만에 들으니 웃음이 났다.
어리숙해 보이지 않으려고 호텔 주소를 통째로 외워서 얘기해 주었더니
호텔 앞에 도착하고는, 
"그냥 호텔 이름을 말하지 그랬어~ 난 이름만 대도 알아, 파리의 택시 운전사잖아." 라고..


어쨌거나 우리는 체크 인 하고, 씻고, 옷도 갈아입고 나와서 Opera 지구로 이동했다.



파리에 가면 레페토가 얼만지 꼭 알아봐야겠다 했는데 근처에 본점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다.
영업이 오후 7시까지였나 그랬는데 오랜만에 만난 방사형 도로에 정신을 못 차리고
길 잃고 실컷 달리며 파리의 연인 찍다가 6시 40분 경에 매장에 도착했다.
뉴욕에서 봤을 때보다 조금 더 저렴하긴 했지만 비싼건 이러나 저러나 매한가지.

처음에 사이즈 좀 물어봤던 직원은 쌀쌀맞기가 이를 데가 없었지만
두 번째로 도와주었던 직원은 설명도 조곤조곤, 구두 바닥을 사포로 살짝 문질러
튼튼한 상자 안에 따로 포장한 영수증과 함께 넣어주는 친절까지 베푸셨다.
물건을 사고 살뜰한 챙김을 받을 때는 이래서 비싼게 좋은가 싶기도 하다.


오페라 지구에는 일식당이 중심이 되어 아시안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비행기에서 내려 입맛이 없는 우리는 라멘으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나의 쇼핑을 위해 처음 간 파리에서 네비게이터 역할을 완벽 수행해 준 남편은 맥주도 한 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발견한 곳.
쉽게 지나치기 쉬운 위치였지만 우리 덕분에 행인들도 알아보고 덩달아 신기해했다.
어떤 식당의 정문 옆 벽이었는데 개를 좋아하는 프랑스인 다운 발상이었다.



Opéra: 오페라 지구가 오페라 지구인 이유.
루이 14세 때 왕립음악원으로 건립되어 현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페라단의 건물이 되었다.
지휘자 정명훈씨가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음악 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한다.


명색이 Café의 나라 프랑스지만 오페라 지구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은 바로 스타벅스.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은 파리에서 공부할 때 윤선언니 덕분에 알게 되었다.
서울에서도 한국스러운 느낌이 많이 묻어나는 소공동 스타벅스를 좋아하는데,
그래도 파리 오페라 스타벅스는 못 이기는 것 같다.
종종 너무 생각이 나서 유투브에서 누군가가 찍은 내부 영상을 찾아 보기도 했었다.





프랑스 스타벅스도 이제는 미국처럼 음료를 주문하고 이름을 말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더라.
내 이름을 말 하니까 웃었다. 
그런 매너는 미국 사람들이 더 좋은 것 같다.
아니면 미국 사람들은 좀 무식해서 내 이름과 miso soup과의 연관성을 못 찾거나.



여기는 와이파이 안되졍.
이것도 미국이 더 좋졍.
지하철로 환승 없이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가까운 역 찾느라 진을 뺐는데,
문 밖에 나가니까 바로 있었다.. 3, 7, 8 호선 Opé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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