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디 계신지, 살아는 계신건지는 알 수 없으나
나는 어렸을 적부터 엽서나 우표 모으기를 좋아해 스크랩 북이 몇 권 있었다.
이제는 아쉽게도 옛날 스크랩 북의 뒷 장을 채워나갈 순 없지만
다시 엽서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새로운 도시로 여행을 가면 꼭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엽서를 산다.
누군가에게 엽서를 보내려기 보다는-이미 제 용도로 사용하고 보내버린 엽서도 몇 있다-
나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싶어서이다.
보통은 특별할 것 없는 관광 엽서들 중에서도 도시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엽서나,
뿌연 먼지를 덮고 구석에 박혀있던 예쁜 엽서 한 장을 발견하는 것은 자못 큰 즐거움이다.
도미니카로 살러오기 전, 처음으로 놀러왔을 때 산 엽서들.
뭐니뭐니해도 도미니카의 자랑은 멋진 해변이라고 생각한다.
길쭉길쭉한 활엽수들이 사선으로 자라는 것이 인상 깊어 그 그림을 담은 엽서를 골랐다.
새벽 버스를 타고 당일로 여행했던 필라델피아.
필라델피아 하면 나의 소중한 친구 진아,
그리고 아담하고 소박한 골목길들을 나홀로 열심히 걸어다녔던 추억이 떠오른다.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워싱턴DC.
뉴욕에 살다가 다른 도시를 가 보면 다 깨끗하고 좋았던 것 같다.
딱히 예쁜 엽서는 찾을 수 없어서 내가 워싱턴에 가 봤었는지,
그게 언제였는지를 확실히 기억할 엽서를 골랐다.
예쁜게 없으면 오히려 키치한걸 선택하게 되는 듯.
내가 보스턴에 놀러갔을 땐 엽서 속 풍경처럼 벚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그 땐 주머니가 가벼워서 딱 두 장만! 하고 기념품 가게로 들어갔었는데
그 많은 예쁜 엽서들 중에 두 장만 고르기가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14 Juillet 즈음에는 뉴욕에서도 프랑스 주간이 있다.
한 골목을 통째로 막아두고 크레페며 와인, 치즈도 판매하고
뉴욕 주재 프랑스 관련 단체들도 나와 홍보를 펼치는 행사가 열린다.
그 때 엽서와 카드를 판매하는 부스에 들러
내가 좋아하는 파리와 뉴욕을 상징할만한 카드를 골라봤다.
파나마는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고풍스런 옛 모습을 간직함과 동시에
새로운 첨단 도시와 같은 면모도 갖추고 있다.
파나마의 두 얼굴.
할렘에 놀러갔다가 산 엽서.
얼마 전엔 만델라의 아흔 네 번째 생일이었지 아마.
알로하 마할로 하와이.
허니문 장소였어서 그런지 생각하면 언제나 설렌다.
사실 하와이 엽서는 여행 당시에는 다른 선물들을 챙기느라 못 샀다가
최근에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해 주었다.
엽서도 너무 멋진 구겐하임.
정작 뉴욕에 살 때에는 앞에 지나가기만 했지 못 가봤었다.
미술에 문외한일지라도 직접 안에 들어가 건물의 내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큰 공부가 될 수 있는 미술관이다.
자주 가는 식당의 플라이어도 예쁘면 가져온다. 하하.
홍대에 살 때 집 근처 카페에 갔다가 여행의 기록들을 잘 모아두면
언젠가 데코레이션으로 쓸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 때부터 자질구레한 것들도 왠만하면 버리지 않고 모아서
이젠 서류 봉투로 두 세개 쯤 되는 것 같다.
엄마가 안 버리고 잘 놔뒀겠지..?
그날그날 호텔방에서 짠 스케쥴.
우표, 엽서, 카드 같은 것들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남편의 깜짝 선물.
별로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으로서 왜 저것들은 좋아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과 연관성이 있지않나 싶다.
모자 6종 세트.
편지 쓰기가 아깝다.
심지어 봉투까지 마음에 듬..
안에 줄이 그어져있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든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가 도화지 잘라서 손수 만든 것 같은 깔끔한 카드.
Happy Writing!
Happy Collec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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