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온전히 나에게 눈길을 줄 겨를 없이 핸들을 돌리고 홀연히 끼어드는 차를 향해 가끔은 소리를 지르는 남자를 보는 것이 좋다. 어디가 내릴 곳인지를 함께 알고 있는 분명하지만 짧은 시간이 좋다. 우리는 차에 앉아서 음악을 듣고 자주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가끔 그 노래에 춤을 춘다. 내가 도마 위에 이야기를 던지면 남편은 스위치를 돌려 음량을 낮춘다. 그러면 남편의 엄지와 검지가 좋다. 남편은 차를 타고 가면서 때때로 내게 질문을 한다. 남편이 갑자기 궁금한 것들이다. 대개는 확실히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가 갑자기 궁금한 것들이다. 누군가 무언가 물으면 막힘없이 정답을 내어 놓는 것처럼 재미없는 상황도 없겠지만 궁금증을 해갈시키지 못할 때에 나는 용기있게 손을든 천진한 아이 앞에 우물쭈물 하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는 선생님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남편은 저 여자가 세상 만물을 다 알리라는 기대로 내게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다. 아이와 선생님은 그저 나의 완벽주의적인 성향 혹은 잡식에 대한 집착이 만드는 상황극일 뿐이다.
얼마 전 태풍 볼라벤은 한반도를 지나가고 허리케인 아이삭은 이스빠니올라 섬을 지났다. 비는 차 위로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고 우리는 차 속에서 빗소리를 맞았다. 그 때 남편은 태풍과 폭풍은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했다. 나는 태풍이 와서 폭풍이 오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어쩐지 빗방울이 굵을수록 멀게 느껴지는 빗방울 자국의 사이의 간격만큼이나 헐거운 답이라고 생각했다.
폭풍은 매우 세차게 부는 바람이다. 폭풍의 같은 말이 왕바람이라고하니 쉽게 대박, 짱, 쩔게부는 바람이 폭풍인 것이다. 태풍은 열대성 저기압이다. 열대 저기압은 발생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붙는데, 그 중 하나인 태풍은 북태평양 서남부에서 발생해 아시아 동쪽으로 맹렬한 폭풍우를 밀어보낸다. 허리케인은 대서양 서부의 카리브해, 멕시코 만과 북태평 동부에서 발생하며, 사이클론은 뱅골만과 아라비아해에서 발생한다. 영국의 John존과 스페인의 Juan후안과 프랑스의 Jean쟝이 결국은 다 같다라는 사실에 대입해보면 쉬울까? 마지막으로 타이푼은 단순히 태풍의 영어 단어이다.
폭풍Storm < 태풍Typhoon ≒허리케인Hurricane ≒ 사이클론Cyclone ≒ 윌리윌리Willy-Willy(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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