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난데없이 이노카시라 공원의 벛꽃이 일제히 떨어지던 기억이 났다.
눈보라처럼, 부드러운 눈보라처럼, 그 부드러움으로 길을 잃게 만들었던
베이비 파우더 빛깔의 흰빛들."
아니 이 소설이 이 정도로 간질간질했었나?
스무 살 때 읽은 소설 덕분에 언젠가 꼭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던 이노카시라 공원의 벚꽃.
은 이미 다 떨어진지 오래였다..!
그러나 고단한 여행 중에 온 몸으로 피톤치드를 흠뻑 들이마실 수 있었던 이노카시라 공원.
기치조지 역에서 내려 표지판을 따라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무조건 나를 따라 온 남표니.
🎤🎤🎤 무조건 무조건이야~ 🎤🎤🎤
쇼핑 취향이 달라서 여행 내내 애를 먹기도 했지만 공원에선 우리 햄볶았었지.
쭉쭉 뻗은 나무들.
자판기의 나라 일본.
벚꽃 잎은 여기 다 있네.
퐁퐁퐁 솟는 분수.
호수에 물고기가 굉장히 많았다.
물고기 클로즈업 샷은 호수 물이 너무 더러워 보이는 관계로 패스.
좌르르 서 있는 오리배.
다리 위 사진 경쟁.
서로 한 방씩 찍어줌.
만화 영화 인어공주의 한 장면을 상기시키는 작은 배.
공원 안에 동물원도 있었지만 동물 냄새보다는 나무 냄새를 택함.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같은 모양의 분수가 또 있었다.
공원에는 시원한 그늘에 앉아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도 한 자리 잡고 앉아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스케이트 보드는 어딜가나 미움을 받는다.
공원 안 인기 카페.
줄이 길어서 애초에 들어가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노카시라 공원은 애견인들에게도 최적의 장소인 듯.
가이드 북에서 보니까 첫 데이트 때 이노카시라 공원 보트를 타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댄다.
너 흰 첫 데이트 아니겠지?
(관광객들은 지브리 미술관 보러 가는 이들이 대부분 이겠지만 우린 딱! 공원만 보러 간거라..)
시원하게 뒤돌아 다시 공원 밖으로 나서는 길.
날씨가 느무 좋아.
생각보다 일본 사람들은 짧은 바지를 안 입더라.
나만 입은 것 같더라.
지나가던 큰 카메라 든 아저씨께 사진 한 장 찍어달라 요청.
아저씬 쿨하게 본인의 조수에게 넘기셨다.
혹, 대단한 포토그래퍼를 못 알아보고 얼토당토않은 부탁했던건 아니겠지?
몇 년 동안 나의 상상 속에 존재하던,
흩날리는 벚꽃 잎을 맞으며 호수 주변을 조깅하는 남자는 없었지만
아무쪼록 뜻깊은 방문이 었다.
그나저나 난 서울숲 먼저 가봐야겠다.
이노카시라 고엔: 東京都武蔵野市御殿山1, 三鷹市井の頭4他/ Open 24 hours
- JR 주오(中央)선 키치죠지(吉祥寺)역에서 도보 5분
- 게이오이노카시라(京王井の頭)선 이노카시라(井の頭公園)역에서 도보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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