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아침.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서 버킹엄 궁전으로 향했다.
Buckingham Palace: London SW1A 1AA/(Nearest station)Victoria, St. James Park
모여든 사람들은 많은데 어쩐지 교대식이 진행 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말 그대로 장난감 병정같은 붉은 제복의 군인 둘만 서로 왔다갔다 할 뿐이었다.
전날 타워 브릿지에서도 시간 닥치면 후다닥 사람들을 통제시키는 걸 봤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슬금슬금 앞 쪽으로 가서 좋은 자리를 맡아 두고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호각 소리!
말을 탄 군인들이 위용있게 등장했는데 그냥 지나가고 말 뿐이었다...
왜 이 sign을 지금에서야 봤지?
뒤에서 누군가 "No guard changing ceremony today."라고 하길래 안내판을 읽는줄은 모르고
사람들 줄 서있는 데 가면 꼭 한 명씩 있는 양치기 소년인 줄 알았다..
쩝.
남편이 런던에서 가장 기대하던 이벤트였던 근위병 교대식을 그렇게 놓치고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 처럼 우리 역시 갈 곳을 잃고 분수에 기대 앉아 잠깐 쉬기로 했다.
나도 소원 빌면서 동전을 던져볼까 했는데 여행하는 순간이 무척 행복해서 소원이 없었다.
살면서 항상 무언가 바라거나 고대하는 일이 있기 마련인데 욕심 부릴 일이 없다는 생각에
벌써 세상을 다 산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평안한 행복이 내게 너무 일찍
찾아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항상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지만 그럼 또 좋은 일이 오는거니까 다 괜찮겠지.
근데 너무 춥다.
그래서 걷기로 했다.
이미 런던이 세 번째인 내게 각인된 런더너들의 이미지는 딱딱함이었지만,
그리고 실제로도 미국 사람 > 프랑스 사람 > 영국 사람 순으로 친절하다 느끼지만,
런던 경찰 아저씨들은 길을 참 잘 알고 그리고 잘 알려준다.
경찰 아저씨가 알려준 길을 따라 V&A 뮤지엄 쪽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너무 추워서 들른 카페.
런던 레스토랑은 구체적으로 search를 안 해서 식당이든 카페든 계획 없이 들어가게됐다.
유명하고 인기있는 레스토랑도 좋지만 가끔은 그냥 동네 식당이나 동네 카페가 주는
다정하고 편안한 느낌이 추운 몸을 녹이고 허기를 달래는데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가다가 또 Harrods 백화점으로 샜다.
등산용 가방이나 책가방 모양은 아니지만 backpack은 안 된다는 규정을 알고 있어서
남편 가방이 무사 통과 될 지 조금 걱정이었는데 손에 들고 다니면 된다고 해서 통 과.
굉장히 화려하고 특별할 줄 알았는데 뉴욕 Bergdorf goodman이랑 구조와 느낌이 비슷했다.
레스토랑들도 크리스마스 파티 예약하라는 입간판을 많이 세워 놨길래 '벌써?' 했는데
백화점 안은 벌써 12월 크리스마스 였다.
Harrods: 87-135 Brompton Road London SW1X 7XL/ Mon-Sat 10:00-20:00, Sundays 11:30-18:00
V&A 앞에 다 와서는 배가 고파져서 근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할머니가 주인이신지 수기로 장부 정리를 하고 계셨다.
영국 할머니들은 모두 철의 여인 같다.
레스토랑은 복층 구조였는데 주방은 또 지하에 위치했는지 밑에서 음식을 가져다 나르더다.
너무 배고파서 음식이 언제 오나 밑에 있는 계단만 쳐다보느라 고개 돌아갈 뻔.
한국에서 천원권 지폐의 퇴계 이황 선생님 얼굴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과 똑같이
유명한 사람들의 사진을 구겨 접어서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어 걸어 놓았다.
핡 배고파.
Risotto Amalfi와 Spaghetti alle vongole를 시켰는데 가격도 적당, 맛도 정직한 느낌이었다.
남편은 여기서 먹은 파스타 맛을 못 잊고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Orsini Ristorante: 8A Thurloe Place, London SW7 2RX/ +44-20-7581-5553/ Mon-Sun 8am-10pm
V&A 앞 도로 한복판에 택시들이 서더니 초록색 집에서 커피를 사온다.
반대편에서 보면 정체가 확실히 드러났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런던의 택시 휴게소 같았다.
몇 년만에 다시 가 본 V&A.
예전엔 학생 마인드였어서 그런지 런던 박물관과 미술관은 모두 무료라 좋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가서 보니 V&A도 Tate도 뉴욕의 Met처럼 Donation입장이었다. 순간 화끈.
Hollywood Costume 전시가 있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아직 시작되지 않은 전시였다.
우리처럼 플랜카드, 포스터, 화살표 등등 따라가서 전시관을 찾아 헤매다가 어리둥절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런던에 며칠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Victoria and Albert Museum: Cromwell Road London SW7 2RL/ Mon-Thu, Sat-Sun 10:00-17:45, Fridays 10:00-22:00/
Free Admission, Additional Fee for Special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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