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ne 15, 2012

14JUN2012





남의 나라 말에는 자기가 죽는 것과 남을 죽이는 것이 확연히 구별되어 있습니다. 한자어를 보세요. 죽는 것은 '사'이고 죽이는 것은 '살'이지요. 일본말로는 죽다는 '시누' 이고 죽이는 것은 '고로스' 입니다. 영어는 'die' 와 'kill' , 불어는 'mourir' 와 'tuer' 이지요. 그런데 유독 한국말에는 그렇게 죽는다는 말을 많이 쓰면서도 '살' 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죽인다' 는 말이 있지 않느냐 할지 모르나 '죽인다' 는 '죽다' 의 사역동사였던 것입니다. '먹다' 와 '먹이다' 처럼 말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널 죽인다' 고 하지 않고 '너 죽을래' 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순수한 '살해' 에 해당하는 말은 한자말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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